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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레 노이하우스 장편 소설 '사랑 받지 못한 여자' 리뷰 : 김진아 옮김

by SH쏘미 2024.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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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독서 : 넬레 노이하우스 장편 소설 '사랑받지 못한 여자' (독후감이기 때문에 조금의 스포성이 있을 수 있음)

느낀 점 한 줄 요약 : 소설보다는 주인공의 수사 일지를 들쳐보는 느낌을 주는 책. 주인공의 독일식 유머와 담백하고 인간미 있는 젠틀함이 친근감을 느끼게 만들어 조금씩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적인 책이었다.

 

최근 잠이 많아졌다. 격일로 시작한 조깅 때문인지 조깅을 하지 않는 날에는 푹 자고 일어나 늦게나마 일감을 살펴본다. 

이렇게 잠을 오래 자고나면 당일 새벽에는 잠들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오늘은 새벽 세시가 넘도록 잠을 못 잔 탓에 아침 일찍 방문하는 아버지를 거진 눈도 못 뜬 채로 마중했다.

 

아침은 계란과 양파를 구워 올린 토스트로 때우고 커피를 마시며 넬레 노이하우스의 '사랑 받지 못한 여자'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를 즐겼다. 

 

[ 드디어 다읽었네! ]

마지막 장을 꼼꼼하게 읽고 나자 탄성이 나왔다.

 

마치 수사 과정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 흥미로웠는데 무엇보다 주인공인 형사 보덴슈타인에게 정이 들었다고 해야 하나.. 젠틀하면서도 꾸며진 것 없는 그의 인간미가 참 푸근한 느낌을 주었다. 그렇다면 왜 책을 다 읽자마자 탄성을 내질렀는가.

 

개인적으로 나는 이름을 잘 못외운다. 한국식 이름도 잘 못 외우는데 독일식 이름은 오죽하겠는가!

심지어 수사하는 내용이라 그런지 이 책에는 용의자만 수도없이 나온다. 용의자를 제외한다 해도 익숙하지 않은 독일식 이름이 소개되는데 정말 헷갈려 죽는 줄 알았다. (만약 이 책을 읽기 전으로 돌아간다면 조금 더 잘 즐길 수 있도록 나에게 이름을 메모해 두라고 말하고 싶다.)

 

사건의 시작 전 부터 보덴슈타인과 그의 아내 이름부터 헷갈렸다. (이건 온전히 내 문제이긴 하다.)

그렇게 이름이 언급될 때마다 '이게 누구였지' 하는 생각에 두어 번 더 읽어야 했는데 그때마다 스토리 흐름이 끊혀 읽는데 꽤 애를 먹었다.

넬레 노이 하이스 사랑 받지 못한 여자

 

사실 이 책은 이미 몇 개월 전부터 사뒀던 책이었는데 지금의 남자친구와 사귀기 전에 그에게 소개받은 책 중 하나였다.

읽기 시작할 때부터 이름 때문인지 문맥을 진행하기 어려워 덮어두었던 책이었는데, 갑자기 읽고싶다는 생각에 약 3일을 걸쳐 완독을 했다.

 

이름이 익숙해질 때 부터 나는 이 책에 속수무책으로 빨려 들어갔다. 밥을 먹을 때도, 화장실을 갈 때에도, 일을 하고 시간이 남을 때에도 계속 들고 다니면서 읽었는데 앞서 말한 것처럼 수사 과정을 엿보는 것 같아 참 흥미로웠다.

 

특히 캐릭터 간의 서사가 수사 중 조금씩 나오는데, 이유 없는 무덤하나 없다고 모두가 갖고 있는 서사를 들여다보면 다 이유가 있는 행동들이었다. 하지만 그러면 뭐 하는가 아무리 이유가 있더라도 폭력과 살인은 하면 안 되는 것을. 때문에 나는 보덴슈타인의 마인드를 전적으로 지지한다.

 

점점 난해해지는 수사 과정 중 이렇게 날짜로 수사 기록을 나눠 둔 것은 참 잘한 것 같다. 정말로 기록을 몰래 들춰보는 느낌이었는데 수사가 끝무렵에 치달을수록 평정심을 잃어가는 형사 보덴슈타인의 감정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 것 만 같았다. 중간쯤 보덴슈타인의 행동이 나로선 이해가 안 가는 행동이었는데, 초반에 사랑꾼처럼 보였던 남편의 이미지를 깨뜨린 느낌이라 조금은 실망감이 들은 것은 아쉬울 따름이다. 

 

이 책을 읽고 깨달은 게 있다면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말이 떠오르게 했다. 

겉으로는 밝지만 속은 문들어져있던 사람, 속이 표정으로 다 드러나지만  거짓말을 하는 사람, 예민하지만 알고 보면 친절한 사람, 젠틀하고 성공한 사람 같지만 그 속엔 악마가 숨어있는 사람...

 

우리 안에는 작은 악마가 숨어있다는 것을 조금은 느끼게 해 준 책이었다. 결백한 척 해도 알고 보면 내면의 죄의식을 갖고 있고 그 죄의식은 어릴 적 동생의 사탕하나를 몰래 먹었다던지, 친구를 속으로 욕을 했다던지 하는 작은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주연들이 모두 그랬다. 자기만의 죄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알고 보면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매우 큰 죄 몫까지 갖고 있었고 누군가는 폭력을 행사해 놓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말을 하기도 했다.

 

여기서 나는 생각해 보았다. 사람이 지을 수 있는 죄 중 작은 죄가 무엇이고 큰 죄가 무엇일까? 그건 죄를 지은 사람이 느끼는 죄책감의 무게가 아닐까? 현실에서도 큰 죄를 짓고도 정당화시키는 사람들일 수없이 많으니 말이다. 반대로 작은 일탈도 큰 죄의식을 느끼고 다시 원래 삶으로 돌아오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우리는 과연 어떤 사람에 속하는가. 

 

나는 이번 넬레 노이하우스의 '사랑받지 못한 여자'를 읽고 다른 시리즈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시리즈 별로 어떤 사건을 다루게 될지 정말 기대가 된다. 다음엔 꼭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적어두고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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