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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평범한 여행자가 되고싶어

평범한 여행자가 되고싶어 - 0화 에필로그 마법사 P의 보고서

by Sophia.H 2021.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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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륙의 붕괴

프롤로그-마법관리수사국 마법사 P의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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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0년 우리가 알고 있는 지구는 붕괴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평지는 갈라지고 치솟았으며, 산은 무너져 내리고 강과 바다는 뒤섞이는 모습은 마치 종말과도 같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갈라진 땅 밑의 용암덩어리가 울부짖고 하늘로 치솟은 강과 바다는 지상의 눈물과 같이 흩어져 내리는 모습이 아직까지도 선명한데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광경은 너무나도 평화로워 따분하기 그지없다.

그 난리가 나고 지변의 형태를 정확히 파악도 하기 전, 지구전체에 역병이 돌기 시작했는데, 때는 2154년 이였고 이 역병은 사람의 형태라고도 볼 수 없을 정도로 얼굴이 부어 오르고 열이 났으며 대부분 혼수상태로 짧으면 1달 길면 5년은 족히 지나야 원래대로 돌아왔다.

 

이 병을 앓은 사람들은 자그마치 지구의 1/3 이 앓았고 그 중 30%만이 살아남았는데 이미 대륙의 붕괴로 많은 인구가 줄어든 인류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사건이었다.

나 또한 그 역병을 피해가진 못했으나 다행히 1주일만에 완쾌했고 지금은 핑거 민족들 사이에서 조용히 지내고 있다.

문제는 2180년 대륙들이 점차 안정화가 이루어지고 민족들이 나뉘기 시작했으며 열병을 앓고 살아난 사람들에게 특이한 이점이 생겼으니 바로 그들에게 말도 안되는 초능력이 생긴것이다.

 

이들은 작은 불꽃을 마음대로 다룰줄 알게 되었고 크게는 바다의 일부를 갈랐으며 어떤 이들은 염력을 사용할줄 알게 된 것이다. 대륙의 안정화가 되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이러한 현상들이 발견되니 가상현실에서만 보던 마법사협회가 떡하니 설립되고 그들을 평가하는 의무적인 사안까지도 생겨난 것이다.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들은 핑거족 이라고 일컫는데 그저 일을 손으로만 할줄안다는 뜻에서 정해진 이름이라고 한다.

핑거족들은 평범한 사람들이며 마법사들을 우러러보거나 혹은 무서워하는데 아날로그사람들 보다는 마법사를 기피하진 않는다.

아날로그 사람들은 이전 시대가 그리워 향수병에 젖어있는 사람들을 일컫는데, 때문에 그들은 과학도 멀리하지만 당연히 마법사들은 기피대상이다.

 

내가 지금 아날로그들과 함께있다고해서 마법사를 기피하진않는다. 사실대로라면 역병을 앓은 나에게도 마법이 주어져야했지만 전혀 그런 조짐은 보이고있지않아 내 부모는 그저 심한 감기라고 아직까지 우기고 있다.

내가 왜 이런 옛날 이야기를 하고 있냐고?

글쌔 나도 내가 왜 지금 마법관리수사국 까지 와서 이런 조사서를 쓰는진 모르겠지만 내 옛이야기들을 듣고싶다니 적을 수 밖에.

 

처음 마을에 보고된 생존인구수는 거의 절반도 안됐다. 처음엔 어떤 테러집단이나 혹은 국가가 우리에게 것짓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손에서 불덩어리를 만들어내는 마법사도 두눈으로 본 상황에서 뭔들 못믿겠냔말이다.

그들이 말하기로는 지구의 대륙이 3개로 나뉘었고 4개의 작은 섬이 생겼으며 위험한 야생동물 서식지가 공식적으로 18곳이나 된다고 한다.

세상이 망해도 찌라시는 여전히 떠도는듯, 그들이 말하는 야생동물 서식지는 몬스터가 출몰하며 이는 게임에서나 보는 던전 이라고 이름을 칭했다.

 

아주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구나..싶었지만 이후에 아날로그족들은 아주 똘똘 뭉치기 시작했고 핑거족들은 자신들이 있는 대륙의 중앙으로 대규모 이동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순간 등장한 이상한 민족들도 보였는데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것 같은 아름다운 외모를 갖은 사람들과 거대한 몸집과 키를 갖고있는 거인족들이 찌라시를 통해 간간히 소식이 들려오곤 했다.

 

그들은 인간을 해치지는 않지만 그들의 서식지를 침략당하는 것에 매우 예민하기에 마법사 협회가 있는 대륙의 중앙으로 평화협정을 맺자는 통보를 했다고 전해들었다.

하지만 거인족과 천사같이 생긴 그들은 서로 평화협정을 맺지 않을 테니 인간은 어느편도 들지 말라는것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지 불과 사십년 정도밖에 안지났는데 정말 인간의 생존력은 대단한것같다. 이런 급작스러운 변화에 적응이라니.. 사실 아날로그민족들만봐도 반쯤 미친게 아닌가 싶지만 말이다

 

2

마법관리수사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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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종이에 잉크로 꾸역꾸역 담아낸 글씨들을 그대로 책상에 올려두곤 자리에서 일어난 프로이트는 진한 파란색의 눈동자를 이리 굴려보나 저리굴려보나 낯선환경은 쉽사리 적응이 되지 않는지 밖으로 나가는 문을 열었다.

진 갈색 천을 머리까지 덮은 사내 두 명이 서로의 지팡이를 프로이트 목덜미에 살며시 올려놓는다. 행동을 보아하니 나가지 말라는 말을 저렇게 위협적으로 하는 마법사들이 진절머리가 나는지 프로이트는 멋쩍은듯 웃어보이며 자신이 쓴 보고서를 그들에게 내밀었다.

 

다 썼으니 좀 지나갑시다

 

프로이트의 말 에 그의 깊은 눈동자를 잠시 바라본 뒤 보고서를 읽어 내리고는 프로이트의 목덜미를 막아 세웠던 지팡이를 내렸다.

거슬리는 지팡이가 내려가니 이제는 같은 공간에만 있어도 불편함이 느껴지는 마법관리수사국 사무총장이 저 멀리서 프로이트에게 미소를 날리며 다가 오고 있었다.

 

귀빈을 위해 마련해놓은 방이 마음에 들지 않았소?”

 

그의 말투에 프로이트의 눈썹은 잠시 꿈틀거렸고 그에 대한 대답은 자신에게 지팡이를 들이밀었던 마법사들을 바라보는 것 뿐이었다.

 

관리국의 보안상 어쩔 수 없는 태도에 사과를 드리지요. 신입 마법사가 난동을 부리는 일은 수많이 봐왔거든요.”

 

은발의 젊은 사무총장의 늙은이 같은 말투는 프로이트의 신경에 매우 거슬릴 뿐아니라 너무나도 거만했다. 그는 프로이트를 한낱 애송이로 보는듯 했고 그저 지나가는 핑거족이 무슨 수작이라도 부리고 이곳에 마법사라고 들어온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의심의 눈초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이곳은 매우 불친절했다.

 

마나를 갖고있는 마법사들은 아주 천천히 늙어간다고 들었겠지요. 그대의 말에 따르면 그는 오십살은 족히 넘어야할 나이에 젊은 얼굴을 갖고있으니 마법사는 맞을터, 하지만 과거에 신상기록은 이미 모조리 불타고 사라진 마당에 알 수 있는 방법은 이 방법밖에 없으니 아프더라도 참아주시길 바라겠소

 

커헉!..”

 

그의 말이 떨어지기도 무섭게 그는 프로이트의 어깨를 붙잡고 마나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그의 붉은 눈은 마치 금방이라도 프로이트를 삼켜버릴 것 같았고 갑작스러운 그의 마나주입에 프로이트는 한쪽발을 꿇고는 저항을 하기 시작했다.

 

마나의 저항으로 그대가 마법사인지 확인하는 겁니다. 일반 핑거족들은 다른 마법사가 마나를 강제주입 할 경우 그들의 몸 안에 저항력 없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죽고 말지요. 아무리 마녀에게 눈속임의 주술을 받고 왔다고 하더라도 말이죠.”

 

눈속임의 주술, 그것은 북부의 마녀들이 마법사가 되고 싶어하는 핑거족 들에게 큰 돈을받고 자그마한 주술을 걸어주는데 그것으로도 만족하지 못한 핑거족들은 그 주술이 마법수사국도 속일 수 있을 줄 알고 매번 마나 주입으로 사망하게 되는 사건이 많이 일어난다고 한다.

 

“…?”

 

프로이트의 저항력이 진짜임을 확인하고도 그에게 손을 때지 않고 있던 사무총장에게 역침투가 생기기 시작했다.

대부분 초급마법사들의 저향력으로는 뚫지 못하는 사무총장의 마나를 프로이트가 뚫고있는것이 분명했다. 사무총장은 분명 핑거 아날로그족 들의 촌뜨기하나가 떠돌이 마녀에게서 분명 주술을 걸고 왔겠거니 싶었지만 처음엔 저항마나를 보고 초급법사는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자신의 마나의 벽을 뚫고 반대로 들어오려고 하는 프로이트의 저항력을 보니 자신의 선에서 보고서를 마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단 그에게서 손을 때버렸다. 조금만 늦었어도 마나 저항력 침투에 의해 사무총장의 손은 폭발을 했을 것이다.

 

말도 안되는..”

 

사무총장의 반응에 문지기역할을 했던 두 마법사들이 프로이트를 결박했다.

프로이트에게 남아있는 마나 저항력이 조금은 따금 했지만 관리국에서 짤리느니 조금 아픈게 났겠다 싶었나보다.

 

“….일단 그를 놔주시오. 자네는 내가 곧 서신을 보내도록 하지. 지금 머무는 곳이 어딘가?”

 

플로라 3번가 연두색 주점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아직도 어깨가 저릿하다.

어깨를 살짝 눌러보고는 검은색 로브를 벗는 프로이트.

웃 옷까지 벗어보니 사무총장이 누르던 우측 어깨는 아직까지 붉게 물들어있었다.

화상엔 술이지!

 

라고 했던 고향 주점의 린지가 생각나 그는 잠시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숙소 주점으로 내려가기 위해 벗어뒀던 옷가지를 주섬주섬 챙겼다.

 

3

검기사

 

분홍색 머리카락을 포니테일로 묶은 여성이 주점에서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조금은 조용한 주점이라고 해서 숙소를 잡았지만 오늘따라 사람들이 유난히 많은건진 모르겠지만 누가 봐도 한참 잘 나가는 주점이다.

 

브리다가 주점에 한몫 하고 있죠

 

레몬을 얹은 물 한잔을 내려놓으며 눈인사를 건네는 여성은, 홀에서 바삐 움직이던 여성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저는 린네 라고해요. 어제 숙소 결제 도와드린…”

 

..”

 

특유의 붉은 머리카락이 화려해서 기억할만도 하지만 여러모로 피곤했던 프로이트는 마주쳤던 사람들을 전부 신경쓰고싶진 않았다.

 

브리다에게 관심있던거 아니였어요?”

 

뜬금없는 질문에 답할 기력이 없다는듯 프로이트는 물에 떠다니는 레몬을 바라보곤 고개만 저었다.

 

이상하네, 그럼 정말 물만 마시러 온거에요?”

 

밥도 먹으러 왔겠지

 

그녀의 질문들에 피곤함을 느낀 것을 보았는지 금화 하나를 내려놓고는 이것저것 주문하는 금발의 남자.

 

 

린네는 간만에 자신이 마음에 드는 사내와 이야기를 하려고 했으나 잘 안돼서 토라졌는지 금발의 남성에게 주문을 받고는 주방으로 사라졌다.

 

마법사?”

 

어딜 봐서 나를 마법사라고 본거지?

누가 봐도 프로이트는 일반적인 방문객 과 다름없는 행색이였다. 그런 자신을 보고 단번에 마법사라고 물어보는 이는 없었는데..

 

마력의 형태가 잔잔하게 흐르고 있잖아요

 

자신의 생각을 읽혔는지 아니면 질문이 얼굴에 드러났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래도 좀전 마법관리수사국에서 마나가 오고가는 바람에 마력의 형태가 전부 사라지지 않았나보다.

 

그러는 그쪽은 이게 보이는 것 보아하니 핑거는 아닌듯한데

 

프로이트의 질문에 자신이 입고있는 얇은 갑옷을 툭툭 쳐보이는 남자.

 

레자르 학센. 마법 관리국의 검기사를 맡고있는 사람입니다.”

 

마법 관리국의 검기사. 그들은 다른 기사들과 별반 차이 없이 검을 휘두르는 역할을 하지만, 엄연히 마법관리국의 검기사다. 그들은 어느정도의 마력을 갖추고 있지만 마법사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 미약할 정도의 마력만이 흐르고 있다.

때문에 마력이 강하지만 체력이 약한 마법사들과는 다르게 체력적인 면에서도 월등히 높고, 미미한 마력일지라도 일반 기사들 보다 강한 기술과 그들을 제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있다.

하지만 마법관리국 소속의 검기사들은 마을의 치안 담당도 아닐뿐더러, 그들이 이런 일반 주점까지 행차할리가 없었다.

 

혹시 관리국에서 나를 감시하라고 보낸 겁니까?”

 

눈치라도 없으면 친구나 하려고 했건만..”

 

사슬 갑옷입고 외출하는 기사가 어디 있습니까. 당연히 감시라고 생각하죠.”

 

..라고는 말했지만 사실 자신의 위치를 드러내기 위해 갑옷을 입고 외출하는 기사들은 드물지 않다.

결국 자신이 그러고 있잖냐고 하는 눈빛에 못 이겨 맘대로 하시오하며 와인 한잔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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