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키우기/일기

#1 작은 마을을 사랑하기 까지

SH쏘미 2024. 11. 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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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사고 이사한 지도 어느덧 1년이 지나 또다시 겨울을 맞이했다.

하지만 2년 가까이 되도록, 나는 이 동네를 제대로 둘러본 적이 거의 없었다.
출근길이나 가죽 공예를 배우러 가는 길, 그리고 그 길목에 자리한 작은 교회.
항상 같은 길만 오갔고, 나의 발걸음은 늘 딱 한 루트에 갇혀 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문득 반대쪽으로 산책을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주변 산책로만 따라 걷거나 조깅을 하곤 했는데, 오늘은 이상하리만큼 다른 길로 가보고 싶었다.

정말 막연히, 아무 이유도 없이.

 

 

어차피 1시간 산책이라는 계획만 채우면 되는 거니, 어디로 가든 상관없었다. 그렇게 발길을 돌려 본 새로운 길.
1년 하고도 11개월이 지나서야 겨우 찾아간 그곳은 집에서 약 30분 거리였다. 그런데도, 마치 1988년도로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느낌을 주는 골목이었다.

‘자신의 이름이거나 딸의 이름이겠지’ 싶게 적힌 작은 슈퍼를 지나쳤다. 그리고 길 한쪽에서 부부가 직접 주택 외벽을 페인트칠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 모습이 어쩐지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또 한편으로는, 그런 일상을 함께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게 조금 부럽기도 했다.

한참 동안 멋지게 단장되어 가는 그 집을 바라보다 발걸음을 옮겼다.
조금 전 강아지와 산책하던 한 남자가 작은 가게 앞에 서서 커피를 주문하고 있었다.

정말 작고 소박한 커피집. 그곳에서는 커피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식도 팔고 있었는데, 그 아기자기하고 정겨운 풍경이 나에게 소소한 행복을 선물했다.

 

 

결국 나는 한 손에 이천 원짜리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나를 이 골목까지 이끌어준 멋진 그림이 그려진 계단을 돌아보았다. 참 동화 같다, 그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

 

 

동화 같은 계단 옆에는 작은 공원 벤치가 있었다. 커다란 단풍나무들이 붉고 노란 잎으로 가지를 물들인 채 서 있었고, 그 옆에 놓인 단 두 개의 그네는 마치 동심을 잃지 않은 듯한 할머님들이 즐겁게 타고 계셨다.

커피 맛은 소소했다. 내 취향과는 조금 달랐지만, 그렇다고 맛이 없지는 않았다. 딱히 특별하지는 않아도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그런 맛이었다.

나는 눈으로, 또 카메라에 이곳의 풍경을 담아냈다. 그리고 이렇게 며칠이 지나, 그날의 일을 글로 써 내려가는 지금, 아마도 나는 이 장면들을 마음속에도 온전히 담아낸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이 조용하고 느긋한 작은 마을을 사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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